


영국의 시인이자 판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나무 꼭대기에서 천사들을 보았고, 자신이 태어나기 83년 전에 세상을 떠난 시인 존 밀턴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었다. 역시 이미 세상을 떠난 남동생 로버트에게서는 판화 기법에 대한 영감 어린 조언도 얻었다.
그의 빛나는 시와 판화가 보여주듯 블레이크는 평범한 일상에 파묻힌 순간에도 기적을 알아보는 눈을 지닌 비범한 상상력의 예술가였다. 이번 호에 소개된 사진작가들도 블레이크에 견줄 만한 재능을 갖고 있다. 다만 그들은 천사들의 도움에 기대는 대신, 카메라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숨어 있는 일상의 경이를 포착한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루카 벤투리는 렌즈를 낮춰, 다리만 프레임에 들어온 두 어른과 낡은 바퀴 모양 화분에 핀 노란 수선화, 그리고 조금 떨어져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 아이를 한 화면에 담았다.
대만의 번화한 거리를 걷던 위안룽 셰는 한 백화점 쇼윈도 앞에서 다른 행인들과 달리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었다. 그의 렌즈에는 실크 커튼 뒤에 반쯤 가려진 채 은은히 빛나는 웨딩드레스가 담겼다.
오리건주에서 조엘런 라이프는 문간에 서서 커다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손녀 윌라에게 렌즈를 맞췄고, 황금빛에 감싸인 천사 같은 모습을 사진 속에 영원히 남겼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보는” 드문 능력을 찬미했다. 여기 모인 13점의 사진은 자칫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고 지나쳤을 일상의 마법을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경이로운 상상력을 지닌 시인들만의 몫이 아님을 보여준다.
LUCA VENTURI, 이탈리아 시에나 에스트 로타리클럽

빈의 한적한 한구석, 둥근 화분에는 봄꽃이 피어 있고 석조 난간 곁에서 두 여성이 이야기를 나눈다. 자세와 옷차림만으로도 각자의 개성과 존재감이 느껴지는 가운데, 조금 떨어져 홀로 앉은 아이는 자신만의 세계에 잠겨 있다.
촬영 이야기: 차분한 어른들의 모습과 혼자 손장난에 몰두한 아이의 대비가 눈길을 끌었다. 아이의 자세와 어른들의 발, 화면 속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순간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었다.
JENO JOHNSON, 인도 티루치라팔리 촐라 로타리클럽

티루치라팔리 미드타운 로타리클럽 회원이자 로타리재단 고액 기부자인 K. 마노하란 박사가 지원한 무료 의료봉사 캠프에서 한 여성이 따뜻한 진료에 감사를 표하며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이 캠프가 찾아간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는 전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촬영 이야기: 나는 웨딩 전문 사진작가라 결정적인 순간이 언제 찾아올지 예상하고, 알맞은 렌즈를 준비한 채 적절한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데 익숙하다. 캠프에서도 사람들의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의사(마노하란 박사의 아들)에게 감사하는 모습을 보자 재빨리 셔터를 눌렀다. 나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다.

사진작가의 아들 아이작이 난생처음 바다에서 물장구를 치던 가슴 벅찬 순간.
촬영 이야기: 아내 제시카와 나는 셋째 아들 사울을 출생 당시 잃은 뒤 두 아들 엘리와 아이작을 데리고 푸에르토리코로 떠났다. 텅 빈 듯한 집에서 어둡고 추운 미네소타의 겨울을 견디기보다 치유를 바라며 햇살 가득한 바다로 향하기로 했다. 그 여행이 우리 모두에게 분명 큰 힘이 되었다고 믿는다.
ERIC STRAND, 미네소타주 퍼거스 폴스 선라이즈 로타리클럽

남극 라자레프만의 거대한 빙산 위로 달이 떠오르고 있다. 하늘을 물들인 분홍빛은 ‘비너스의 띠’라고 불리는 현상으로, 대기 중의 입자에 의해 햇빛이 산란되면서 나타난다. 그 아래 펼쳐진 푸른 띠는 지구의 그림자가 대기에 드리워져 생긴 것이다.
촬영 이야기: 내셔널 지오그래픽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항해하던 중 이 사진을 찍었다. 사방에 빙산이 펼쳐져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독특하고 압도적인 빙산을 찾으려고 했다. 시각적으로 구도의 중심이 될 만한 빙산이어야 했고, 빙산과 달이 가장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순간에 맞춰 촬영하고 싶었다.
MIKE LIEBMAN, 콜로라도주 덴버 체리 크리크 로타리클럽

라이베리아 몬로비아 수오누 로타리클럽 회원들은 800명의 학생에게 교육과 기숙사 생활을 제공하는 마르기비주 줄리아 그레이스 아카데미를 찾아 학용품을 전달했다. 쉬는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로타리안들을 에워싸고 카메라를 향해 장난스러운 표정과 포즈를 선보였다.
촬영 이야기: 줄리아 그레이스 아카데미의 분위기는 더없이 순수하고 진솔했다. 아이들이 그저 아이답게 노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기회 자체가 축복이었다. 꾸밈없는 순간을 찍으려 하자 아이들이 내 주변으로 몰려와 저마다 가장 멋진 포즈를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길러내는 이 학교에 다닌다는 의미를 아직 모를지도 모르지만, 사진에서 당당한 모습과 자신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GEORGE BROWNELL, 라이베리아 몬로비아 수오누 로타리클럽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의 한 길가 카페 밖으로 해가 떠오르는 가운데, 아침 이슬이 정교하게 짜인 거미줄을 보석처럼 수놓고 있다.
MARK CAMPBELL, 캘리포니아주 산타 로사 선라이즈 로타리클럽

한 여성이 보스니아 사라예보의 유서 깊은 오스만 시대 시장 지구 한가운데 자리한 16세기 건축물인 가지 후스레브베그 모스크의 안뜰을 지나고 있다. 오늘날 사라예보에는 고층 건물과 현대식 대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지만, 구시가지 시장 바슈차르시야의 좁은 골목들은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촬영 이야기: 모스크 밖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며 사라예보의 일상을 보여주는 순간을 찾았다. 이 사진에서는 경계하는 듯한 표정의 젊은 여성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 표정은 배경에 있는 나이 든 남성의 표정과 대조를 이룬다. 이 평범한 순간 속에서 세대 사이의 연결감과 어쩌면 긴장감까지도 느껴진다.
JOHN BUTTERFIELD, 오하이오주 더블린-워딩턴 로타리클럽

겨울 강풍에 휘몰린 거대한 파도가 미시간주 러딩턴, 미시간호 동쪽 기슭의 방파제에 부딪혀 폭발하듯 솟구친다. 높이 17.4미터, 102년 역사의 등대마저 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 보인다. 오대호에서 몰아치는 폭풍의 위력을 얕봐서는 안 된다. 강풍은 허리케인급으로 거세질 수 있으며, 지금까지 수천 척의 선박이 크게 파손되는 사고를 일으켰다.
STEVE BEGNOCHE, 미시간주 러딩턴 로타리클럽

주변을 가득 채운 화려한 색채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 마리의 오리가 해발 약 4,230미터에 이르는 장엄한 마룬 벨스 기슭의 호수를 힘차게 가로지른다.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남서쪽으로 약 16킬로미터 떨어진 화이트리버 국유림에 자리한 이 쌍둥이 봉우리는 철분을 함유한 암석이 수백만 년에 걸쳐 산화하면서 독특한 적자색을 띠게 되었다.
TERRI LATTA, 노스캐롤라이나주 레이크 노먼/헌터스빌 로타리클럽

수호령의 화신이 된 가면 무용수가 인도 푸투르에서 부타 콜라 의식을 펼치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이 의식에서 무용수들은 정교한 분장과 의상, 높이 솟은 머리장식과 장신구를 갖추고 무아지경에 빠져 수호령 그 자체가 된다. 북소리와 주문, 불꽃이 어우러진 강렬하고도 영적인 공연은 공동체와 조상 대대로 섬겨온 수호령 사이의 신성한 유대를 다시 확인시켜준다.
SHRAVAN M., 인도 시모가 노스 엘리트 로타랙트클럽

대만 남부의 분주한 항구도시 가오슝. 분홍색 우산을 든 여성이 상점의 쇼윈도 앞을 지나가고 있다. 커튼 뒤에 반쯤 모습을 감추고 있는 웨딩드레스는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를 행복에 대한 설레는 기대를 안겨준다.
YUAN-LUNG HSIEH, 대만 타이난 청타 로타리클럽

슈피리어호를 가로지르며 노를 젓는 한 사람이 촬영까지 직접 맡는다. 머리 위에 띄운 드론으로 물 위의 경쾌한 여정과 선명한 주황색 카약이 지나간 자리에 겹겹이 퍼지는 청록빛 동심원 물결을 담았다.
KENJI OGURA, 미네소타주 덜루스 슈피리어 에코 로타리클럽

일곱 번째 생일을 맞은 윌라 탤벗이 가족과 함께 오리건주 중부 블랙 뷰트 랜치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햇살이 비치는 문간에 서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윌라의 할머니 조엘런 라이프는 “때로는 사진 한 장이 큰 기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사진은 저와 가족 모두를 무척 행복하게 해줬죠.”
JOELLEN REIF, 윌리엄 라이프의 배우자, 오리건주 캔비 로타리클럽
<로타리> 영문 잡지 2026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