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딜레마...상아탑의 토론을 일상 속으로

이 대회의 심사위원인 브래드 칙(Brad Chick)이 점수 집계에 골몰하고 있다.
사진 Jim West. All rights reserved. Not for reuse.

다음 상황을 가정해 보자: 당신이 어린 소녀를 돌보고 있는데, 돈이 없어 그녀를 먹일 수가 없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훔쳐서라도 먹이겠는가, 아니면 법과 질서의 이름 하에 그녀를 굶도록 내버려 두겠는가?  

많은 이들에게 이같은 윤리적 질문들은 회피하고 싶은 것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 미시간에 소재한 비영리단체와 이를 지원하는 로타리안들에게 윤리적 딜레마란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자주 논의되고 토론되어야 할 대상이다.  

지난 2월, 비영리단체인 A2Ethics.org 는 제3차 연례 토론대회(Big Ethical Question Slam)를 앤아버에 소재한 한 맥주집에서 개최했다. 이날 토론대회에는 학생들과 교수들(앤아버는 미시간 대학교가 소재한 곳이다)에서부터 일반 직업인들, 은퇴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하여 우리가 직면하는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격의없이 함께 즐기는 토론 

이날 참가자들은 팀별로 제비를 뽑아 쪽지에 적힌 질문을 놓고 의견을 나누었다. 질문은 "윤리적 딜레마를 어떻게 정량화할 것인가?"라는 다소 이론적인 질문에서부터 "랜스 암스트롱(미국 출신의 전 프로사이클 선수로 불우한 어린시절과 암투병 등을 딛고 우승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많은 찬사를 받았으나 약물 복용 혐의가 드러나 모든 기록을 박탈당하고 사이클계에서 영구 추방되었다)의 복권은 허용되어야 할 것인가?" "드론(무인기)의 군사적 사용은 도덕의 이름으로 금지되어야 할 것인가?" 등 최근의 핫이슈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3명의 심사위원이 2분간에 걸친 팀의 답변 내용을 평가하고, 75명에 달하는 청중들이 득점표를 작성해 "관객이 뽑는 인기상"을 선정했다.

“우리는 이 대회를 '댄싱 위드 스타'나 '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했다"고 A2Ethics의 제니 드레이(Jeanine DeLay) 회장은 설명한다. 앤아버(A2는 Ann Arbor의 애칭이다)에 소재한 A2Ethics는 교육, 소셜 네트워킹, 그리고 지역사회 행사를 통한 윤리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는 윤리 문제에 거창하게 접근하는 대신 사람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흥미롭게 토론을 즐길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일반 사람들은 각기 다른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있지만, 로타리안들에게는 '네 가지 표준'이 있다"고 이 자리에 참석했던 로타리안, 캐런 케리(Karen Kerry)는 말한다. 앤아버 로타리클럽 차기회장으로 내정된 케리는 이번에는 청중으로 참석했지만, 다음 대회에는 팀의 일원으로 출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인간은 오래 전부터 함께 모여 토론하기를 즐겨왔다. 그리스인들에게 아클로폴리스가, 로마인들에게 포럼이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최소한 동네 맥주집이 있지 않은가?" 케리의 남편으로 한때 철학도였던 브래드 칙(Brad Chick)은 이번 대회에서 심사 위원으로 활약했다.  

쉽지 않은 문제들  

분위기도 잘 맞아 떨어졌다. 눈내리는 겨울 밤, 대학 타운의 술집이 아닌가 말이다. 사람들은 서로 서로 속삭였고, 부지런히 메모했다. A2Ethics의 이사이자 이번 행사의 MC를 맡았던 에린 마티모(Erin Mattimoe)는 행사에 앞서 동 단체의 웹사이트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질문을 읽어 나갔다. "선거 출마자 중에서 주요 이슈들에 대해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후보가 있다. 그러나 후보 자격에 윤리적인 결함이 있다면, 그에게 투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그 질문에 테리 터너(Teri Turner)가 마이크를 넘겨 받았다. 그녀는 미시간 대학교 의과대학 생명윤리 및 사회과학 센터 팀을 대표하여 발언에 나섰다.  "핵심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것은 결코 비윤리적이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요지였다. "예를 들어 나는 결코 내 아이들이 전쟁터로 내몰리기를 원하지 않는 반전주의자이다. 때문에 나는 다른 무엇보다 그가 나와 같이 전쟁을 반대한다면 그에게 기꺼이 표를 던질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인 피터 제이콥슨(Peter Jacobson)은 웃으면서 “나는 평생동안 두 가지 악(惡) 중에 덜 나쁜 것에 투표해왔다. 훌륭한 주장이다"라고 추켜 세웠다. 그는 미시간 대학교에서 의료법과 보건 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새로운 시범 케이스  

이 날 참가한 팀들은 인문계 중심의 사립고교 학생들로부터 마케팅 및 통신회사 직원들, 이스턴 미시간 대학교 연구팀, 앤아버 여성 유권자 연맹, 시민단체 회원들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기관과 그룹을 망라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서로 다른 배경과 직업을 가진 이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윤리적 문제들을 함께 생각해 보고 토론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보람있는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참가한 모든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을 것"이라 덧붙였다. 

동 단체의 드레이 회장은 “이 자리는 서로 직업이 다른 사람들이 부담없이 한 자리에 모여, 편을 가른 대결이 아닌 즐거운 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우리는 로타리안들처럼 지역사회의 시민의식과 윤리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범 케이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타리안 지 2013년 8월 호

24-Jan-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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